[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올해 건설업계 화두는 성장·혁신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이 희망적이지 않다. 먹거 리가 많아야 정도 넘쳐나고 주위를 돌볼 여유가 생길 텐데, 인심이 사나워질까 걱정이다. 지난해 국내건설실적은 약 148조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8% 감소한 142조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건설실적은 6년 내최악이다. 효자 역할을 해오던 해외건설시장마저 중동지역에서 반토막이 나면서 지난해 220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보다 30% 감소한 실적이다. 2006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이런저런 사유로 지방에는 미분 양이 넘쳐나는가 하면 경색국면에서 벗어 나기 힘들 것 같다. 국내·해외·부동산시장, 모두가 답답해 보인다.
지난해 한 연구원이 충격적인 자료를 내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 못하는 부실한 건설 ‘좀비기업(한계기업)’이 10.4%나 된다고 한다. 실상은 건설등록업체 총 6만 8,781개사(작년 7월 현재, 종합 1만2,651개·전문 5만6130개) 가운데 실적 없이 사무실 문만 열어 놓고 있는 휴면상 태의 업체가 등록업체 3분의 1 정도 된다고 한다.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건설현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죽지 못해 산다”고 말한다. 건설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떠돈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건설업체 대다수가 공사를 해도 수익성이 떨어져 손해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밑지는 장사를 왜 하느냐” 물으면 “인력과 장비를 세워둘 수가 없어”라는 기막힌 대답을 하고 있다. 이것이 건설업계의 실상이다. 녹록지 않은 건설 환경, 일감부족, 반대로 시장규모에 비해 업체 수는 넘쳐나고,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예민 해지고, 시장 분위기도 험악 해지면서 ‘갑질’이 난무할 수가 있다. ‘갑질’은 발주자·원 도급자·하도급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 후유증은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과 소비자피해는 뒷전이다. ‘갑질’도 너무 지나치면 화(禍)가 돌아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자적 관계에서 상생을 추구한다면 이보다 더한 성장동 력은 없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같이 잘살아 보자’는 말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일감이 넘쳐나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면 기대해 볼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건설산업을 둘러싼 제도·규제가 여기에 크게 한몫을 하며 방해를 하고 있다.
건설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건설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별로다. 건설업계 스스로가 살길을 찾는 수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혁신이란 오래 묵은 제도·관습·조직·방법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건설과 관련해 바꾸고, 버려야 할 것들이 유난히 많다.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혁신 바람’을 일으킨다. 일 년 뒤 ‘혁신성적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