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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좌우 통행방식 다른 철도…한국 교통의 과제
  • 편집부
  • 등록 2024-04-13 18:39:25
  • 수정 2024-04-13 18: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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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지하철은 우측통행이고, 전철은 좌측통행일까?-정상호


철도의 숨은 역사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여·야의 주요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었다. 수도권 광역교통대책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공약대로 GTX가 건설된다면 현재 40%에 이르는 서울시의 지하철·전철 분담률은 더욱 높아지고, 다른 광역대도시 등에도 이 추세가 확산되어 도시철도의 이용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전철은 똑같이 레일 위를 달리지만 통행방식이 서로 다르다. 한 예로 신분당선은 좌측통행이고, 서울지하철 2호선은 우측통행이다. 우리는 강남역에서 신분당선과 서울지하철 2호선을 별다른 생각 없이 갈아타지만 우리가 탔던 두 철도의 통행방향은 서로 반대인 것이다. 같은 철도인데 왜 통행 방향이 반대일까? 또 이렇게 서로 달라도 운영상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 설명을 하려면 먼저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외세 침탈과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철도 도입 역사


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된 근대교통수단으로 1899년(고종 36년) 9월 18일 경인선 개통이 시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철도가 도입된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19세기 외세 침탈의 뼈아픈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경인선 철도 부설권은 미국인 기업가 모스가 갖고 있었다. 1897년 3월 22일 우각현(지금의 수도권 전철 1호선 도원역 부근)에서 기공식을 하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건설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1898년 12월 공정의 절반이 진행된 상태에서 170만 엔을 받고 경인선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일본에 사업권을 넘겼다.


일본은 1899년 4월 다시 기공식을 갖고 공사를 서둘러 같은 해 9월 인천~노량진 구간 33.8km를 임시 개통했다. 이때 통행방식이 좌측통행이었는데, 일본 철도가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경부선은 처음부터 일본이 부설권을 손에 쥐었다. 1898년 9월 일본과 대한제국이 ‘경부철도합동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경의선은 건설과정이 더 복잡하다. 처음에는 철도부설권을 프랑스의 종합설비회사인 피브 릴르사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 부족했다. 마침 대한제국 정부도 자력으로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1899년 ‘대한철도회사’를 설립해 부설권을 얻기에 성공한다. 


마침 그때 국내에서는 독립협회를 중심으로 각종 이권을 외국인에게 넘기지 말자는 이권수호운동이 일고 있었다. 결국 대한제국 정부가 1900년 9월 궁내부에 서북철도국을 설치해 직접 건설에 나서기로 하고 각국의 외교사절을 초청해 기공식을 올렸다. 외세에 시달리던 대한제국이 모처럼 의욕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경의선은 경부선과 함께 한반도를 세로로 연결해 대륙과 바다를 잇는 혈맥이지 않은가. 대륙진출의 야심을 불태우던 일본으로서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놓칠 수 없는 핵심전략 인프라였다. 돈으로 조선 황실을 회유하다가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군사상 필요하다며 50년간의 임대조약을 맺고 경의선 부설권을 강탈한다. 그리고 불과 733일 만의 강행군 끝에 1906년 3월 용산~신의주 전 구간을 개통한다.


철도 통행방식의 결정과 조화


그러다 보니, 결국 우리 철도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좌측통행 방식으로 굳어지게 되어 오늘날 코레일 구간은 다 좌측통행으로 운행하고 있다. KTX와 새마을호처럼 장거리를 운행하는 지역간 철도, 신분당선 같은 광역전철이 해당 되는데, 다만 KTX는 전용고속선로에서는 상황에 따라 통행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1984년 완전 개통된 서울지하철 2호선은 왜 우측통행일까? 답은 간단하다. 서울시가 지하철을 건설할 때 우측통행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우측통행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물론 서울지하철이 지역간 철도와 연결 운행할 필요가 없던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도 모두 우측통행방식이 된 것이다. 용인선과 같은 경전철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철도를 처음 도입할 때 어떤 나라의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운행방식이 다른 것이다. 영국, 일본, 중국, 인도, 프랑스는 좌측통행이지만 미국, 독일, 러시아, 스페인은 우측통행이다. 요약하면, 코레일 구간을 운행하는 지역간 철도와 광역전철은 좌측통행이고, 도시권역 내 경량전철을 포함한 모든 도시철도는 우측통행인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첫째는 1974년 8월 15일 개통돼 우리나라 지하철시대를 열었던 서울지하철 1호선은 도시철도 가운데 유일하게 좌측통행이다. 서울역에서 경인선·경부선과 연결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좌측통행 방식으로 건설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서울지하철 4호선이다. 4호선도 1985년 상계~사당 구간을 처음 개통할 때는 우측통행이었다. 그러다가 1994년 광역 교통대책으로 당시 철도청이 운영하던 안산선과 직결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통행방향이 서로 반대인데다가 전기 공급방식도 철도청은 교류, 서울지하철은 직류였고 신호체계도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며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툰 것이다. 당시 건설교통부가 중재를 했으나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특이한 해결책이 나온다. 이른바 ‘꽈배기 굴’이다. 4호선 남태령과 선바위역 사이에 상·하행선 선로가 마주치지 않고 위 아래로 통과하는 ‘X’자형 교차 선로를 만든 것이다. 


이 구간을 통과할 때는 전기가 공급방식이 바뀌며 잠시 끊겨 관성으로 간다고 해서 사구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4호선을 타고 갈 때 남태령과 선바위역 사이에서 “잠시 후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객실 안 일부 전등이 소등되면 냉·난방 장치가 잠시 정지되오니…”란 안내 방송이 나오면 바로 이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서울의 남태령 방면으로 가는 차량은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과천 선바위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우측통행에서 좌측통행으로 바뀐다. 말하자면 4호선은 우측+좌측통행인 것이다.


법률상 열차의 통행방식은 철도법과 도시철도법에 규정되어 있다. 국유철도는 좌측통행, 도시철도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측통행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철도는 무엇보다도 연결·직결되어야 효과적이다. 통행방식이 운영주체나 노선에 따라 다르다면 연결·직결이 어렵고, 이용자 불편과 안전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4호선과 같은 불일치를 다시 통일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여러 시설과 신호시스템 등을 동시에 뜯어 고쳐야 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저탄소 고효율의 장점과 미래 유라시아철도와의 연결을 고려할 때 앞으로 철도교통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계속 발전시켜 가야하는 것은 틀림없는 한국 교통의 미래 과제일 것이다.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보면 전국 단위와 광역대도시의 철도망을 대폭 확충한다고 한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도 같은 궤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 계획은 2030년까지 92조원의 투자규모를 예상하고 있는데, 얼핏 보더라도 간선도로망과 비슷한 수준으로 철도망이 촘촘해 질 것 같다. 


또 수도권과 광역대도시의 도시철도망도 지속적으로 확충될 것이다. 앞으로 4호선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도 건설계획을 관련기관 간에 철저히 공유·점검하고, 철도운영기술도 지능화·첨단화시켜가야 할 것이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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