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주말이었다.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참석한 전문건설회사 대표를 오랜만에 만났다. 과거 현장의 기사 시절에 그가 담당하는 구간은 발주처나 입주자들에게 늘 상 칭찬을 받곤 했다. 그러기에 더욱 반가운 조우였다. 식사를 하면서 최근 경영 현안과 애로점을 듣던 중 “이제 전문건설업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수십 년 동안 소중하게 생각한 직업을 신이 주신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일을 하셨던 분이였기에 의외의 답변이었다. 폐업하고자 하는 사유는 ‘신규 기능인력 확보의 어려움’이었다. 그는 수십 년간 노임성공종 업종을 경영하신 분이고 해당 분야에서 손끝기술 하나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이다. 그의 손끝기술이 퇴역을 한다고 하니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국내 건설 산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이른바 3D(Dangerous, Dirty, Difficult)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신규 인력의 진입 기피가 지속됐다. 이에 따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경영자에게는 현장의 작업여건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관련법규 제정으로 더욱 경영이 힘들게 됨도 이해된다. 정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공사 참여자의 안전관리 수준 평가’라는 제도까지 적용하겠다고 한다. 작업효율은 저하되고 원가율은 상승하니 기업가는 속된 말로 ‘재미가 없는 장사’를 하는 셈일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청년층의 진입기피 현상의 주요인으로 ①고용지속의 불안정성 ②직업전망의 불확실성 ③근로환경의 불안전성을 들고 있다. 청년층의 유입 저하는 갈수록 건설기능 인력의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부족현상이 해소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건설 기능 인력의 고령화는 건설재해와 작업지연, 부실시공 등의 부작용을 낳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건설업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종사자의 더 높은 관심이 요구된다. 관련 기관과 정부부처에서는 상호보완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신규 건설기능 인력의 유입과 보완을 위해 전문건설공제조합 혹은 전문건설협회 주관으로 ‘건설기능인력 양성 프로그램’(가칭, 스마트워커 양성스쿨:Smart Worker Training School) 운영을 제안한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이 중장기적으로 운영된다면 조합이나 협회 소속 회원(조합원)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선발, 교육 및 양성을 통해 조합(회원)원사에 공급하면 인력난 해결에 실효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구경영(自求經營)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조합원(회원)사와는 발전적 협력관계 증진 및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거론될 것이다. 양질의 건설 직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선발해 지원함으로써 자립 의지가 있는 젊은 층 취업문제 해결 방안의 한축으로도 기여할 수가 있다. 더 나아가, 건강한 고령인력의 교육 및 재취업 기회 부여로 국가 유효인력 자원 관리의 수범 사례로도 제시 가능할 것이다.
저소득층 생활 가장에게 생활기반 확보를 위한 지원방편도 될 수 있다. 체계적인 본 교육과정을 수료함으로써 중대재해 발생 예방 및 하자공사 등의 저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정은 3개월 과정이면 충분하다. 양성 직종은 우선 현장 적응이 용이한 직종부터 함이 좋겠다. 서두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3D업종이므로 수료생들이 땀의 소중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종이면 더욱 좋다.
전문대학과정(한국폴리텍대학 외)에 위탁교육을 의뢰한다면 발 빠른 실행력을 보여 줄 수 있다. 수도권 인근 소도시의 폐교를 인수해 교육공간을 활용하면 실용적일 수도 있다. 수도권 지역에 교육공간을 확보한다면 통학이 가능하므로 교육생 확보도 수월하리라 본다. 외부 실습장소 및 중장비 가동을 할 수 있는 공간(운동장)도 확보할 수 있으므로 금상첨화다.
건설업계의 현안인 경영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력 수요를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이는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데 모든 과정의 교육은 작업효율화 측면에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육 과정은 기계화/자동화, IT 기술, 공장 제작 및 모듈화, 작업 프로세스 개선을 반영한다면 좋겠다.
양성 대상자 중 본인의 희망과 역량에 따라서 여러 공종에 대한 일정 수준의 기능을 갖춘 근로자(다기능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협회 주관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산체계개편과도 일맥상통하는 바도 있다. 기계화, 모듈화 등 건설기술의 발전으로 전문공종을 제외하고는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차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생들이 다기능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과정으로 편성한다면 작업효율 고양 및 직접비 투입 등 원가율의 저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기능 공(Multi-Skilled Labor)의 공급은 투입인력을 줄임과 동시에 부족한 기능 인력의 수급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다기능자의 경우 고용지속의 안정성 및 직업전망의 확실성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 과정은 교양교육(인성 및 현장적응 교육 등), 이론교육, 실습교육(건설현장 출향 실습 포함), 자격증 취득 교육 등이면 좋다. 수료생이 취업 후 기존 근로자와 1:1로 멘토관계를 갖는다면 고용의 지속성을 높이고 건설현장에 조기 정착이 가능할 것이다.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교육기간 중 소정의 생활지원 자금을 지급한다면 건설업종 지원을 망설이는 대상자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리라 본다.
건설관련 기관(조합, 협회, 연구원 등)이 설립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설산업 발전기여’ 구절이 듣기 좋은 용어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건설업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과제가 무엇인가? 구호 외침이 아닌 실행력을 보여 주여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