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무허가업자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12월 강릉 펜션에서 무허가업자가 설치한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인해 고등학생 10명이 희생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대책을 마련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달라진 것 하나 없다. 또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지금도 그 위험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는 총 26건으로, 이로 인해 사망 20명, 부상 35명 모두 5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가스보일러 설치 잘못이 20건으로 77%를 차지하고 있다.
“눈앞에서 보란 듯이 버젓이 자격이 없는 무허가업자가 보일러를 설치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제재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은 무허가업자인지도 모르고, 싼 가격에 해주겠다고 하니까 공사를 맡겨 禍(화)를 당하고 있다. 우리(협회)에게 제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답답하다” 전국 2만 5000여명의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취임 100일을 맞은 유정범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회장의 하소연이다.
유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볼 수만 없다 판단하고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명예지도원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 이를 꼭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동분서주하며 발품을 팔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제도만이 무허가업자들로부터 소비자 보호는 물론 보일러시장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이 문제 외에도 유 회장 앞에는 할일이 산더미다. 먼저 회장 취임 후 가스시설시공업 제3종 시공업자도 특정가스 사용시설 내 5만kcal/h 이하 온수보일러와 온수기를 설치·시공할 수 있게 ‘건산법’ 개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 학교, 유치원,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포함한 특정가스 사용시설 내 보일러 및 온수기설치·시공권이 회원사에 부여됐다. 협회 숙원사업을 해결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불분명했던 화목보일러설치 자격을 난방시공업 제1, 2종의 업무범위로 규정, 회원사의 일감을 확대시켰다.
그는 또 “규칙에 보면 온돌설치확인서를 공사감리자에게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온돌설치확인서 교부 없이 준공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무자격자에 의해 설치된 불량시설을 국민이 사용함으로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온돌설치확인서를 건축물 준공 시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 회장은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시장을 보일러제조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가스보일러가 연간 120만대 이상 생산되고 있으나 전문시공인이 시공하는 물량은 고작 30여만 대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해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고시되도록 해 전문시공인의 시공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오·배수관로 단지관 시공권 확보문제를 비롯해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전문교육 ▲산하조직 활성화 ▲천안사옥 활용 문제 등 각종 현안들이 유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열관리시공협회는 1979년 설립된 법정단체로 전국 2만 5000여명의 회원사에 183개 시·도회, 지부, 지회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국가재난응급복구지원단체로 지정받아 1984년부터 지금까지 태풍·수해 등 크고 작은 재난·재해현장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 복구활동(위 사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효자단체’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쌓은 각종 봉사실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쌈짓돈을 털어 자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뜻한 이웃사랑’은 협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유 회장은 약속했다.
유 회장은 40여 년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가스·설비 전문기술인이다. 어느 누구보다 현장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속은 타고 마음은 바쁘다. 유 회장은 끝으로 “우리(회원사) 모두가 하나가돼 뜻을 같이 하면 두려울 것도, 못할 것도 없다”며 대동단결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