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관리범위를 벗어나 도저히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 방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법의 모호성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법 전문가들조차도 법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어리둥절하다고 한다. 건설업계가 법의 자의적 판단과 기업의 과도한 부담해소, 재해예방 등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 마련이 중요하다는데 결론을 내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50인 이상 기업에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골격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법 개념정의를 ‘1명이상 사망’에서 ‘3명이상 사망자가 1년 내 반복 발생’으로 바꾸자고 말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한 범죄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처벌대상과 형량을 대폭 높여놓고 있어 형벌체계상 균형 상실로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안전보건관계 법령’이 한두 개가 아니고 ‘관리상의 조치’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막연해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가 있다. 건설업계는 또 ‘하한형(1년 이상 징역)’ 형벌을 ‘상한형’으로 바꿀 것을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거의가 과실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고의범과 과실범을 동일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처벌이라는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공감이 간다.
이처럼 정부가 “위반하면 처벌 한다”고 으름장만 놓고 있으니, 기업은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운명을 운(運)에 맡겨야 할 판이다. 건설사마다 해외현장을 포함해 수십에서 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CEO가 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발생을 막아야 하는데,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법대로라면 사업주들은 감방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사고담당 CEO를 따로 둬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까!
법 시행 이전에 사고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적정공사비와 적정공사기간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 적자만회를 위한 무리한 공기단축은 사고발생에 결정적이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두고 안전을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처벌만 강하게 한다고 해서 안전관리가 잘 되고 재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과도한 긴장감은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가 있다. 건설사들도 스마트안전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은 안전 환경을 제공하고, 근로자는 규칙을 준수하는 것보다 확실한 재해예방책은 없다. ‘처벌 만능주의’는 모두가 위험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근로자도, 기업도, 사회도, 안전을 담보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