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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기현 전 교육부 부이사관의 ‘낚시를 하면서 얻은 교훈’
  • 편집부
  • 등록 2021-02-09 22:05:51
  • 수정 2023-06-29 14: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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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야”


 


지난 가을, 인근에 사는 고향친구의 제의로 낚시를 다녀왔다. 충주호에 씨알이 큰 잉어가 잘 잡힌다는 말을 듣고 늦은 가을 스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승용차로 출발했다. 차안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니 문득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70년대 초반에는 국어 교과서에 한시가 수록) 옛날 중국 당나라 시대의 전원시인으로 유명한 柳宗元(773~819)의 江雪(강설)이 떠올랐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설:온 산엔 새들도 자취 끊겨 고요하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모든길엔 사람의 행적도 사라졌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외로운 조각배에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눈 내리는 차가운 강가에 낚시질 하는구나)



강가에 도착해 우선 텐트를 치고 낚시를 드리우기 위해 바늘에 지렁이를 끼우는데 친구는 살아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만지기를 꺼리면서 나에게 끼워달라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지렁이가 더러우면 낚시하러 가자고 하지 말던 지, 아니면 강태공처럼 빈 바늘만 드리우던지, 할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끼를 끼워줬다.



그 잘 잡힌다는 충주호에 1시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었다. 친구에게 자네는 미끼를 끼우지 말고 그냥 강태공처럼 세월만 낚으라고 약간 빈정대는 투로 얘기하면서 말이 나온 김에 강태공에 관한 고사를 얘기를 해 줬다. 강태공은 본명이 여상으로 주나라 초기의 정치가이자 공신으로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그 보상으로 제나라의 시조가 됐다.


 


강태공은 자기가 언젠가는 실력만 쌓아놓고 세월을 기다리면 뜻을 이루리라 생각해 천하를 움직이는 모든 학문을 통달하고 강가에서 미끼 없는 빈 낚시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마침 무왕이 강태공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를 천거하기 위해 강가에 가보니 낚시하는 태공에게 그대는 미끼도 없이 어떻게 고기를 낚느냐고 하니 고기보다 더 소중한 세월을 낚고 있다고 했다. 이에 무왕은 72세나 되는 늙은이를 발탁하였으며 천하를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얻었다.



인재를 얻는데 자주 나오는 五請伊尹(오청이윤), 三顧草廬(삼고초려), 庭燎之光(정료지광), 買死馬骨(매사마골)등의 고사를 얘기하면서 그야말로 세월을 낚고 있는데 갑자기 잉어 떼들이 몰려와 정신없이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미끼를 끼워달라고 하여 내 미끼 끼우기도 바쁘다고 하면서 한 번 더 끼우는 것을 가르쳐 주고는 다음에는 직접 하라고 했다.



고기가 신나게 잡히니 이제는 본인이 지렁이를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끼우고 던지고는 했다. 심지어 지렁이를 만진 손으로 담배를 피우다가 손에 묻은 지렁이가 입술에 묻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했다.


 


그 때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맞아 보상이야!’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그 일이 힘이 들더라도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일을 하는 거야. 고기가 안 잡히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지렁이를 다시 만지기가 싫어질 것이리라. 즉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일을 하기가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직장에서도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따르면 창의력은 물론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기는 것은 순리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 ‘논공행상’이 분명치 않으면 반란이 일어났다. 이러한 보상체계는 확실하고 분명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낚시를 하면서 우리도 한번 세월을 낚아보자며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우리네 삶을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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