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건설기술인들의 권익보장과 대변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달라졌다. 협회 설립 32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들이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직선제를 도입, 회장을 선출한 다음부터다. 직선제를 통해 살아 있는 회원서비스는 물론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건설기술인들이 프로페셔널리즘을 회복시켜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첫 직선제로 선출된 김연태 회장은 출마 당시 “‘회원이 주인인 협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동안 민원인들은 협회 직원들의 불친절, 민원전화 불통 등으로 불만이 쌓여 협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직선제 1년 반을 넘긴 지금, 협회분위기와 직원들의 근무자세가 달라졌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먼저 회원들과 협회 간 통화연결이 빨라지고, 민원절차가 쉬워지고, 통화대기시간이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띄고 있다. 경력관리 문제로 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콜 센터개선에 집중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콜 센터와 각 부서담당자를 SNS로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담업무를 간소화시켜 응대율을 평균 95%로 끌어올렸다. 전국 공공기관 콜 센터 평균 응대율이 89%인 점을 감안하면 ‘고객감동’이라 해도 괜찮다. 또 회원평균 방문대기시간을 37분에서 13분으로 단축, 처리기간도 최대 열흘에서 즉시 처리가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다.
또 기술인 구인·구직 지원은 물론 특히 중장년 건설구직자들의 ‘인생 3모작’ 기회를 열어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 역시 회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느껴진다. 건설기술인의 권리와 의무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건설기술인 권리헌장’ 제정 또한 건설기술인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권리헌장 안에는 건설기술인이 발주자·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을 때 불응해도 된다고 적시돼 있다. 일에 관한한 어느 누구에게도 굴하지 말고 엄정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협회가 시행착오를 한 일이 있다. 바로 지난 4월 총선(21대) 당시 건설기술인들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등용시키기 위해 공모를 통해 3인 후보를 추천한 일이다. 3인 모두 공천 문턱을 넘지 못했다. 87만 건설기술인의 의사를 대변할 입법창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시도한 자체는 신선하다. 정치권은 87만 거대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에 구미가 당겼으면 당겼지, 재야에 있는 건설기술인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맛 봤다.
정치는 숫자(유권자)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건설기술인협회는 87만 회원을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다. 리더출신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입법부 진출은 기술인 위상과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여하튼 회원들은 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협회의 주인은 회원’이 맞다. 지금처럼 협회는 회원을 존중하는 머슴의 자세로 매사 진심을 담으면 된다. 회원들은 큰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서 협회 존재가치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