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협회란 같은 업종의 일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정 금액의 회비를 분담해 이끌어 가는 곳을 말한다. 협회는 구성집단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권익 보호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소속회원들이 회장을 선출하고 집행부를 구성, 의결기구인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협회 살림을 살고 있다.
협회는 주인이 없다. 협회가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무한하고, 반대로 일손을 놓고 대충 대충하면 한없이 한가한 곳이 협회다. 때문에 협회리더(회장)가 누구냐에 따라 협회 동력과 분위기는 확 바뀐다. 지난해 기계설비건설인들의 모임 단체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가 ‘기계설비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 기록물은 2018년 4월 17일, 기계설비산업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기계설비법’ 제정, 공포다. 기계설비건설이 단순한 시공의 범주에서 벗어나 경제적·환경적 측면, 그리고 국가적 이익과 손실이 맞물려 움직인다는 대승적 명분을 내세워 ‘기계설비법’ 제정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기계설비는 법 제정을 통해 설계·시공 등 기술기준은 체계화시켰고, 유지관리기준을 신설해 명문화시켰다. 그동안 건축에 배속, 기능과 존재감마저 없이 타전문 업종과 같이 하도급 취급을 받아오던 기계설비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기계설비법 제정을 통해 기계설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정했다.
또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기계설비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기계설비산업의 연구개발, 전문 인력양성, 국제협력, 해외 진출은 물론 세제·금융지원과 기반을 구축, 기계설비산업이 4차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야 한다. 결론은 앞으로 기계설비는 법률이 보장하는 틀 속에서 시공 활동을 하게 된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타 건설단체에 비해 규모가 작다. ‘기계설비법’ 제정 당시 “큰일을 해냈다”고 모두가 감탄했다. 기계설비건설협회의 결집력과 조직력은 건설업계에서 소문나 있다. 기계설비건설협회의 경쟁력은, 1988년 협회 설립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선거를 치르지 않고 회장을 추대로 뽑은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경선에서 야기되는 회원들간의 반목과 갈등을 사전에 차단했음을 반증한다. 물론 기계설비협회 규정에는 경선을 치르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회장 3년 임기가 끝나면 서울시회장이 중앙회장으로 추대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회장 역시 중앙회 부회장이 추대로 선임 된다.
기자는 협회 출범 후 30여년 동안 협회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협회를 장악하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는 일부 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선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때로는 회원들간 고소·고발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묵묵하게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들은 안중에도 없다. 회장의 독단적인 일 처리와 협회를 사유화하려고 하는 것이 발단이다. 협회의 힘은 ‘조직화합’에서 시작된다. 협회 회장선출 방식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