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건설 하도급 공사에서 기성금·준공금 등 일부를 유보하고 준공 후 또는 하자보수 기간이 종료된 이후 지급하거나 산재사고 발생 시 대금 일부를 감액하는 ‘유보금’을 법적으로 혁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김희수)은 17일 리콘포커스 “건설 하도급 공사 유보금 설정 실태 및 개선방안” 발간을 통해 유보금의 설정 실태를 분석, 입법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유보금(Retention Money)이란 대기업이 계약상 의무 또는 하자 보수를 담보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의 일부를 중소기업에게 지급하지 않고 유보 시켜 놓는 금액을 말한다. 유보금은 외관상 대기업의 계약상 권리 보전을 위한 권리로 인식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하도급 계약 이행을 위해 계약보증서와 하자보수보증서를 제출하고 있기 때문에 하도급대금 편취를 위한 악용 수단에 불과하다.
최근 중소건설업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2023.06.08.~07.07.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5.9%)에 따르면 하도급 거래에서 유보금 설정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4.0%, 유보금을 설정한 방식은 구두 방식이 47.2%로 나타났다. 또 유보금은 기성금액 대비 5-10% 미만이 3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20% 이상의 경우도 14.9%에 이르고, 기간은 3-6개월 미만이 38.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1년 이상의 경우도 11.6%로 조사됐다.
이러한 유보금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대금, 노동자의 임금 지급 지연, 경영상 위기, R&D 및 설비 투자 기회 상실 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보금 관행 등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직권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직권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하도급 거래서면 실태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서 유보금 설정 사항은 조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는 개별적 사안에 따라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의결하는 형태로 대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보금은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변형하거나 별도의 특수조건을 통해 설정되기 때문에 원사업자와 수급 사업자 간 분쟁 또는 고발이 있기 전까지는 유보금 설정 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를 수행한 홍성진 연구위원은 “유보금은 하도급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부당특약 고시’, ‘부당특약 심사 지침’에서 유보금을 부당특약으로 규정하고 ‘건설업종 표준 하도급 계약서’에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궁극적으로는 부당특약 무효화와 표준 하도급 계약서 사용 의무화에 대한 공론화가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