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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노성훈 ㈜범CNC건축사사무소 사장(前 코오롱글로벌 상무이사)
  • 편집부
  • 등록 2023-10-22 19:30:32
  • 수정 2023-10-23 11: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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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행위는 음악의 창작활동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 <‘음악과 건축’>
  • 설계자 아이디어가 공간예술 만들어
  • 시공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빛 못봐
  • 음악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져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 인류의 조상들은 비록 악보는 없었지만 그보다 더 앞선 선조들로부터 대대로 구전되어 전해오는 곡조와 가락으로 감정을 표현해왔다. 수만 년 동안을 오로지 입과 귀를 통해서만 전해오던 노래는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에 의해 악보와 같은 기록 수단이 만들어지면서 입과 귀뿐 아니라 눈으로도 음악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의 높낮이를 지면으로 옮긴다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피타고라스는 우연히 대장간 앞을 지나다가 대장장이들이 두드리는 쇠망치 소리의 높낮이에 착안해서 이를 고안해 냈다고 하니 천재는 분명 천재인 것 같다. 특정한 길이의 쇠줄을 일정 비율로 계속 늘리고 줄여가며 튕겨보면서 이전 선조들이 부르던 음(音)을 찾아낸 결과, 당시 순정률이라고 하는 음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은 그 이후 과학이 발달해 진동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발명됨에 따라 순정률 음에 약간씩 진동수를 조정해 만든 평균률이란 음계를 사용하지만 그 차이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것이다. 때문에 당시의 기술을 감안할 때 무척 정교하게 그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도 대나무 관을 일정한 비율로 이리저리 잘라 음의 높낮이를 찾아냈는데 이렇게 해서 찾아낸 음계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12음계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온음(도, 레, 미 ,솔, 라)을 주음으로 해 중국과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궁, 상, 각, 치, 우 5음계가 지금 현대 음악에서 사용하는 펜타토닉 음계와 거의 같은 음정을 갖고 있다고 하니, 제대로 된 통신이나 이동 수단이 없던 그 시대에 서로가 만나서 합의해서 정한 것도 아닐 텐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묘한 결과이기도 하다.


악보를 그릴 수 있는 수단이 만들어지니 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내려오던 음악은 물론이고 작곡가가 새로 작곡한 음악을 여러 음악적 도구(목소리·악기)를 이용해 연주가 가능하게 돼 점차 사람들이 그들의 연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작곡은 아주 작은 모티브를 바탕으로 그 위에 자신의 감정이나 전달하고픈 이야기를 얹어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멋진 작품은 또 그것을 훌륭히 구현해 낼 좋은 연주자를 만나야 명곡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을 필자가 최초로 악보를 입수해서 술 한잔 마시고 뒷골목 선술집에서 부르고 다녔다면 지금처럼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중가요로 알려졌겠는가.


이야기의 방향을 약간 틀어서 보면, 건축이라는 행위도 설계자의 아이디어와 또 이를 충실히 반영한 어떤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야만 다를 뿐 음악이나 다름없는 창작 활동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라도 그것을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는 시공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그 설계는 작품으로 세상에서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 이런저런 건설 관련 사건·사고로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되고 있지만 우리 건설인들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사회의 신뢰를 다시 찾을 것으로 믿는다. 오랜 시간 건설이라는 단어를 옆구리에 끼고 살아왔던 필자도 다시 한번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각설하고, 이번 겨울에는 시간을 좀 길게 내서 스페인을 다녀올 생각인데, 꼭 두 군데는 방문 할 계획이다. 한 군데는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리고 다른 한 군데는 그라나다 지방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성당 건축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굳이 파밀리아 성당을 꼭 보고 싶은 건 아닌데, 스페인에 다녀온 티를 내려면 거기는 꼭 보고와야 한다고 하니 가보려고 한다. 


오래전부터 알함브라 궁전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그라나다의 장님’이라는 스페인 말이 있듯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런 표현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 더욱 가보고 싶어진다. 궁전의 애잔한 역사적 배경에서 음악적 영감이 떠 올라 작곡했다는 스페인의 음악가 Tarrega의 대표적인 기타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연못의 물결만큼이나 잔잔한 트레몰로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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