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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안산 반월’ 대한민국 제1호 신도시 첫 삽
  • 편집부
  • 등록 2023-07-17 22:48:39
  • 수정 2023-08-13 21: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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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벨트란 것 있지!②- 김의원


박 대통령과 안산 신도시


이로써 1796(정조20)년 정조의 화성(수원) 신읍치(新邑治) 이후 181년만에 해방 후 최초의 신도시건설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신도시이니만치 모든 것이 시범적이어야 했다. 도시기능으로서는 첫째 서울의 소산공장을 수용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독립된 자족도시일 것과 셋째로 신도시건설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계획인구를 30만으로 하고, 계획구역 1750만평에, 공업용지 267만평에는 1000개의 공장을 유치키로 했다. 개발방법은 종래의 토지구획정리방법을 지양하고 전면매수키로 했다. 투자규모는 4505억을 계상(計上)했고 건설기간은 1977~1981년까지의 5년으로 했다. 도시는 주거표시제도(住居標示制度)를 실시했고 도로는 사교차(四交叉)가 아닌 삼교차(三交叉)로 했다. 안산 시가지에는 육각형로타리가 세군데있다. 이것은 박 대통령께서 “호주의 신도시를 보니 육각형로타리가 많던데 우리도 한번 해보지” 하는 바람에 세군데 건설했다. 


또한 간선도로에는 공동구(共動溝)를 설치했다. 전기, 가스, 수도, 전화선의 지상설치를 금하고 지하화했다. 또한 하수도는 우수와 오수를 분리하는 하수구를 설치했다. 이런 시설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실시한 것인데 지금 그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대단히 걱정스럽다. 시가지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는 노폭을 50m로 했다. 노폭 25m이상의 도로는 전부 녹지화했다. 상수도와 공업용수는 팔당에서 36km를 끌어 1일 15만톤을 공급키로 했다. 


어느 날 이택돈(李宅敦) 의원이 대림산업의 이회장을 모시고 필자를 찾아왔다. 사연인즉 “우리 고향이 안산인데 우리 선영(先塋)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지도를 펼쳐보였다. 보니 시가지 최중심부의 구릉지대(丘陵地帶)였는데 공원으로 지정돼 있었다. “공원이면 선영(先塋)을 옮겨야 되느냐?”고 한걱정을 하기에 “옮길 필요 없다. 공원이니까 아무도 범하지 못하니 보전이 잘될 거다.” 했더니 이의원이 점심을 산 적이 있다. 경제기획원 모 사무관(某事務官)은 안산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기에 자기고향인지라 땅을 좀 샀는데 전면매수 하는 바람에 아무 재미도 못 보았다는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제부처와 기술부처 


안산신도시 공업용지의 바닷가에 표고 20m 정도의 구릉지가 낙타 등처럼 2군데가 있었다. 필자는 그것을 그대로 존치해두고 그사이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현장에 가보니 그 구릉지가 없어졌다. 현장소장에게 따졌더니 “안OO 사장이 이 구릉지의 흙으로 해면을 매립하라.”해서 “100만평 해면매립(海面埋立)하는데 썼다.”기에 필자는 산업기지개발공사 사장 앞으로 “두 달 내에 원상복구하라.”는 공문을 띄웠다. 안 사장은 1개월 만에 원상복구를 했다. 


사실이지 안사장과 필자는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안 사장이 건설부차관 때 필자는 기획관리실 기획계장(사무관)이었다. 그런데 건설부 창립 이후 1967년까지 필자는 역대 장·차관의 연설문을 다 썼다. 매년 2월 초순에 있는 대통령 순시 때 건설부 업무현황도 필자가 작성했다. 심지어 매주있는 국장회의 때 장관지시사항도 필자가 작성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건설부를 ‘경제부처로서…’ 하면서 안 차관은 ‘기술부처로서…’라고 수정한다. 


하루는 “경제부처란 것과 기술부처란 것의 어느 것이 더 품격이 있어 보이느냐? 경제장관회의가 따로 있을 정도인데 기술장관회의란 것이 있느냐? 그 꼴란 일본 德島高工 토목과 가지고 잘난척 하시네.” 하고 언쟁을 한 적도 있다. 안차관은 자기 말을 잘 안 듣는 필자를 언제나 고집 쎈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있었다. 


각설하고 1977년 어느 날 그린벨트(GreenBelt) 서류결재를 받으러 청와대에 갔더니 “이봐, 김 국장. 안산신도시에 대학용지있지?” 하신다. “네. 두 군데 있습니다. 전문대학용지와 4년제대학용지가 있습니다.” 했더니 “그거 한양대학 줘. 문교부 차관을 자네 방으로 보낼게.” 하신다. 그래서 필자가 “각하, 대단히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한양대학에 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사람아, 지금 우리 경제 뭘로 유지하는 줄 알어? 해외 건설업자들이 벌어 오는 것으로 지탱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조사해 보았더니 해외건설에 나가있는 중견기술자의 86%가 한양공대 출신이더라. 서울 공대는 국내에서 빈들거리고……. 이만하면 한양대학이 애국한 것 아니냐?” 하신다.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문교부 차관이 왔다. 각하께서 “건설부 도시국장을 만나보라”고 해서 왔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사실을 얘기했더니 “고맙다”고 돈수백배(頓首百拜)를 하다시피 하고 돌아갔다. 그때 한양대학에는 25만평의 토지를 매수원가(평당 3000원?)로 주었다. 이때 학교 앞까지 도로포장이 된 상태였다. 이 일이 있은 후 한양대의 설립자인 김연준(金連俊)씨는 필자를 두 번이나 식사에 초청했지만 거절했더니 세 번째는 동경에 있는 국제한국연구원장인 최서면(崔書勉) 박사를 통해 왔기에 응했더니 “공무원 그만두면 한양대에 와서 후진(後進)들을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으나 필자는 거절했다. 


1978년 어느 날 대통령을 모시고 안산현장에 갔더니 경기도 경찰국장이 찾아와서 “각하, 바로 이곳이 서해안으로 침투하는 간첩루트인데 이제 못 오게 생겼습니다.”라면서 좋아라 하니 “김 국장께 고맙다”하라 했다. 안산에는 외딴 주점이 하나 있었는데 각하와 막걸리를 먹고 있는데 주모(酒母)가 각하를 알아보고 “우리 사위가 김 OO장군인데”하니 “아, 김 장군이 사위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밖에 안산으로 진입도로인 수원~인천간 도로와 반월~안양간 도로를 고속화도로로 확장했더니 동아일보가 “삼성 소유인 안양 골프장에 특혜(特惠)를 줬다”는 보도를 했다. 이렇게 건설된 안산(반월)시는 35년이 지난 지금 60만의 대도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가 제일 많은 우리나라 유일의 다문화 도시가 되었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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