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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DJ “우리나라 수자원 시설물 안전합니까?”
  • 편집부
  • 등록 2023-05-21 15:56:27
  • 수정 2023-09-13 18: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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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분야에서 일하던 당시의 야사② - 윤주수


김대중 대통령 “댐을 포함한 우리나라 시설물들 안전합니까?”


2000년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시 청와대에서 개최된 ‘공공부문 경영 혁신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기획예산처 주관으로 공공기관 경영 혁신 평가 결과보고가 있은 후 김대중 대통령이 앉으신 Head Table에 이한동 국무총리, 기획예산처·법무 및 건설부장관, 서울 및 부산시장, 서울시 산하 정동극장(劇場)장, 시설안전공단 이사장(필자) 등이 앉아 식사를 하였다. 


경영혁신 평가에서 중앙 및 지방정부 산하 250여 기관을 심사한 결과 정동극장과 시설안전공단 2개 기관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공공기관 경영혁신’ 상을 받게되었기 때문에 Head Table에 앉게 된 것이다. 당시는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주석을 만나고 돌아오신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식사중의 화제는 모두 다 대통령의 방북성과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런 내용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도중에 김 대통령께서 필자 앞에 놓인 명패를 보신 후 갑자기 “윤 이사장, 우리나라 시설물들 안전합니까? 하류에 영향이 큰 댐 같은 것도 포함해서요?”라고 물으셨다. 필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였지만 “시설안전공단 설립 후 4년 동안 댐 시설을 포함한 약 60여개 주요시설물에 대해 우선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2개 시설이 당장 위험하지는 않지만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정되어 관리기관에 즉시 보완토록 조치하였다.”고 설명드렸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설명이 대통령의 의구심에 대한 답변으로써 충분치 못하다고 느껴졌고 대통령의 표정을 보니 역시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화제는 다시 방북성과에 관한 것으로 되돌아가,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중에 틈을 봐서 “대통령님, 잠깐 보충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의 개발과정 중에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에는 ‘공비절감’과 ‘공기단축’이라는 2개의 표어가 붙어있습니다. 이는 적은 예산으로 빠른 시일 내에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만은 이로 인해 선진국들의 시설에 비해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런 시설물들에 대해서 사후관리도 충분치 못하였는데 이는 한정된 국가재정 때문에 신규 건설투자에 우선을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결국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사고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발생을 계기로 기존 시설물들에 대한 유지관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의해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안전점검 실시가 의무화 되었습니다. 


안전점검을 통하여 사전에 문제점을 파악하면 바로 대처하여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형사고 발생이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설명을 들으시고 비로소 대통령께서 안심하시는 표정을 지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과의 ‘수자원 분야 기술교류’ 협정 체결


수자원국장 재직 시(1993년) 영남대학교 이순탁 교수가 필자를 방문하여 국제수자원학술대회에서 중국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과 중국 간에 수자원 분야 기술교류협정을 맺어서 서로 교류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세계 대댐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 간 기술교류는 유익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외에 북한의 금강산댐이 우리에게 어떤 위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 시 중국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보고 양국 간 기술교류 협정체결을 추진하였다. 


필자를 포함하여 이희승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실장(나중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역임), 이순탁 교수 등 4명이 협정체결을 위하여 중국에 가게 되었다. 협정의 주된 내용 상호간에 매년 교환 방문하여 기술발표회를 개최하고, 수자원 관련 정보를 상시 교환하는 것이었다. 중국측과 협의 결과 별 문제없이 원만하게 협정체결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20년전 당시에 느꼈던 인상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현재의 발전된 중국모습과 대비하여 볼 때 천양지차를 느끼게 된다.


천진공항에 도착하여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북경~천진간 고속도로를 통하여 북경으로 이동하였는데 고속도로 상에 자동차가 거의 없었으며, 우리 일행을 영접하러 나온 승용차가 고속도로 상에서 고장이 나서 수리가 끝날 때까지 한참동안 고속도로변에 앉아서 기다렸다.


중국 측에서 마련한 숙소는 천안문광장 인근의 최고급 호텔인 ‘북경반점’이었는데 시설이 낡고 비치품(수건, 비누, 치약 등)도 조악하였다. 출근시간대의 아침거리에는 자동차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자전거가 온 거리를 뒤덮는 장관을 이루었다. 우리 일행을 환영하기 위한 만찬을 중국정부 수리부차관이 주관하였는데, 차관이 여성이어서 당시의 우리 눈에는 특이하게 보였다.


중국 측에서 대접하는 아침·점심·저녁 세끼 모두 요리 종류가 15개 정도 되는 많은 양이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는데, 우리를 안내하는 중국 공무원들이 실컷 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였으며, 우리끼리 “라면 하나만 먹었으면 좋겠다.”라고까지 하였다.


서울지역 상류에 팔당댐이 있듯이 북경 상류에도 북경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댐이 있어 견학을 갔는데,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풍성하게 준비했는데 놀라웠던 것은 점심에 ‘빼갈주(백주:알콜도수 50도 이상)’를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었다. 필자도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고 해서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마셨다. 


북경에서 상해까지 열차로 이동하면서 몇 개 지역을 방문하였는데 야간열차내의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했던 분위기도 잊혀지지 않는다. 상해시 부사장이 대접해 주었던 그 풍성한 저녁 요리도 눈에 선하다. 빠른 국가발전은 우리도 이루어 낸 바 있지만 중국의 발전을 보면서, 우리의 그리고 필자 개인의 지난 20년을 뒤돌아보게 된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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