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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 자재·설계 표준화…국가 건설기술 초석 닦아
  • 편집부
  • 등록 2023-02-20 15:48:26
  • 수정 2023-07-17 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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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 28번지와 국립건설연구소① - 신현만


국립건설연구소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내무부 토목국 토목시험소로 발족하여 1956년 국립토목시험소로 승격되었다가 1962년 8월 18일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건설부가 신설되면서 국립건설연구소(國立建設硏究所:National Construction research institute)로 개편되었다. 여기서는 건설자재의 재료시험을 하여 표준화하고 건설공사 설계기준과 시공기준을 만들고 국토측량과 지도를 제작하였으며,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 전국의 대학, 행정기관, 도서관 등에 보급하는 등 우리나라 건설기술발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제3공화국(1963-1971) 정부에서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추진되고 구미전자공업단지와 포항종합제철, 여수·울산중화학공업단지 등이 건설됨에 따라 건설부는 물류이동수단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국가도로망을 확충하는데 전념하고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국립건설연구소 지하 시험실에서 전국의 모래·자갈의 품질시험을 하고 시멘트와 비벼 콘크리트 배합비(配合比)를 정하고 아스팔트 배합비를 정해서 전국의 각종 건설공사 현장에 제공하여 도로구조물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시험업무를 수행하다가 섭씨 100~200°C 시험기구 앞 열기를 피해서 때때로 정동 28번지 연구소 돌담길을 걸으면서 더위를 식히기도 하였다. 연구소 정문을 나서 오른쪽으로 가면 유서깊은 정동제일교회가 나오고 그 맞은편에는 연인들의 거리 덕수궁 돌담길이 나온다. 정담(情談)을 나누며 오고가는 사람들, 필자도 장가를 가서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서울에도 집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생각을 더 하면서 혼자 걸었다.

 

집을 살 돈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신념(信念)이 ‘무(無)에서 유(有)를 추구’하기에 아버지에게 집을 사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룻밤에 집을 짓고 허물기를 수십 채, 어느 날 서울특별시에서 서대문구 남가좌동 구획정리지구에 택지(宅地)를 선착순으로 분양한다는 광고가 신문에 났다.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신청일에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마포종점에서 출발하는 청량리행 전차를 타고 광화문 서울시청으로 달려가 보니 필자보다 더 절박한 사람이 있었는지 네댓 명이 먼저 와 있었다. 순서에 따라 도로변 70평(232㎡) 한 필지를 계약하고 잔금을 지불한 후 서대문구청에 착공계를 제출하고 건축공사는 직영으로 계획을 세워 건축주(필자)가 토요일·일요일에 건축자재를 공급하면 평일에는 도목수(都木手)가 인부를 조달하여 공사를 하고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점검을 한 후 인부들과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집을 지었다.

 

착공 4개월이 지나고 1967년 8월에 아담한 한옥이 완성되고 ‘이제 서울에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건축자재 외상값을 갚아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방법은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 당시 은행 문턱은 한없이 높아, 높은 이자(30%?)를 지불하고도 뒷돈이 없으면 융자를 받을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용기를 내어 후암동 소재 국방부 재정국장을 찾아가서 “장군님, 제가 장가를 가려고 외상으로 집을 지었는데 돈이 없습니다. 새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비서관(중령)을 시켜 용산 삼각지 로터리에 있는 상업은행 삼각지지점에서 융자를 내주어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이제 은행융자를 갚아야 하는데 공무원 월급으로는 앞으로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외종형이 운영하는 병원을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가 처음 상경하여 마포경찰서 옆 산부인과 병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임산부의 출산(出産)을 도왔다. 월급날이 되면 8~9000원이 들어있는 누런 월급봉투를 형수님께 “밥값입니다.”하고 내어 놓는데 어느 날 형님께서 “너는 대학 나와서 월급이 겨우 그것이냐? 나는 오늘 하루 수입이 2만원이다.” 하시면서 “매월 5일 수입금을 줄 테니 나와 함께 병원일 하자. 네가 간호사보다 더 잘하더라.”라고 제의를 하였다.

 

그때 필자가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운 것이 아까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하고 거절할 생각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병원 일을 하고 월 5~10만 원을 받으면 융자금을 더 빨리 갚을수 있는데 그렇게 해볼까’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필자가 어떻게 하루같이 산부인과에서 여자들 출산만 쳐다보고 있는단 말인가. 어차피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인생이니 몇 년이고 조금씩 융자를 갚아나가기로 하고 그 집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광화문·청량리역을 지나 동대문구 휘경동 국립건설연구소 새 청사로 출퇴근을 했다.

 

휘경동 새 청사 국립건설연구소는 넓은 대지에 ㄷ字형 새 건물 3개동이었다. 1급 소장 아래 세 명의 2급 토목부장, 건축부장, 교육훈련부장을 두고 전국의 기술직 건설공무원에 대한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청사 뒤편 넓은 부지에는 한강수리모형시험동(棟), 항만방파제수리모형시험동(棟)을 짓고 연구시설을 설치하여 외국의 석학(碩學)들을 초빙하여 건설신공법을 개발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공학박사 故 최종완(崔鍾浣) 소장은 새로운 시험기계를 도입하여 새로운 연구계획을 세우는 등 국립건설연구소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었다.

 

최종완 소장은 건설부 예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청와대로, 문교부로 필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막무가내로 확보하였는데 관련 기관 관계인과의 대화가 청산유수(靑山流水)와도 같았다. 원래 건설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말을 잘한다. 말뿐만 아니라 술도 잘 먹고 노래 잘하고 색소폰도 잘 불고 어쩌다 술집에 가면 전속 악단의 기타(Guitar)나 드럼(Drum)도 빼앗아 치며 신명나게 장단을 맞춰주는 한량(閑良)들이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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