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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출신 35인의 이야기...'국토교통인의 향기'
  • 편집부
  • 등록 2023-01-18 15: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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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가 떠오르는 회상 - 윤주수


▶일본 OECF 차관으로 추진된 북평항 건설

 

1970년대 중반 산업입지국 공업항과에서 토목사무관으로 근무 당시 북평항 건설 업무를 담당하면서 겪었던 일이 떠올라 소개한다. 북평항 건설 사업은 일본 OECF(해외 경제 협력기금) 차관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사업내용은 크게 방파제 건설, 부두건설, 준설 사업으로 구성되었으며 차관사업이기 때문에 국제 입찰방식을 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방파제 건설과 부두건설은 국내건설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었으나 준설사업은 국내업체의 보유 준설선이 영세한 반면 일본 업체들은 대형 준설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일본 업체의 낙찰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일본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 미화($) 또는 엔화(¥)로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지급해야 하는 원화(₩)도 자동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은 한국 원(₩)화로 한다.”

 

준설 사업을 일본 업체와 계약하더라도 한국 원화로 계약토록하여 환율변동에 따른 사업비 증가를 막아보고 싶은 애국적인 욕심(?)이 생겼다. 방파제 건설 사업을 먼저 국제입찰에 부치면서 추후 발주될 준설사업을 염두에 두고 “계약은 한국 원화로 한다”라는 계약조항을 넣었으며, 입찰결과 국내업체에게 낙찰되게 되었다. 차관규정에 따라 계약체결 전에 일본 OECF에 계약승인신청을 보냈던 바, 계약 당사자가 한국 업체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계약은 한국 원화로 한다”는 내용을 간과하고 승인통지를 보내왔다. 다음으로 준설사업도 방파제 사업과 동일하게 “계약은 한국 원화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 국제입찰에 부치고 일본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어 OECF에 계약승인 신청을 한 바, OECF는 승인을 거부하고 일본 엔화로 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다. 동일한 북평항 건설 사업을 동일하게 국제입찰을 하면서 전차의 방파제 사업과 계약내용을 동일하게 해야한다는 우리 측 명분에 결국 두 달여 만에 승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준설사업 계약금액은 40억 원 정도(기억이 분명치 않음), 현재는 약 500억 원 정도가 되리라 추산된다. 약 5년간의 공사기간 동안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의 환율이 거의 2배로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일본 업체는 당초 자기들이 예상했던 엔화의 2/3 정도만 가져가게 되고 거꾸로 우리 정부는 약 150억 원 정도의 추가 지급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인천공항철도사업과 감액계약변경

 

내친김에 다음에는 미국의 벡텔사와 겪었던 또 다른 유쾌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1년 필자는 인천공항철도(주)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철도사업은 현대건설(주)이 간사회사인 민자사업으로써 사업초기 단계였다. 현대건설 사장 최초 면담시 부탁을 하나 받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인천공항철도사업의 사업관리용역(Project Management)을 벡텔사가 맡고 있는데, 계약금액이 턱없이 높은 1억 6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2000억 원 정도)이니 감액계약변경을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내용을 파악해 본 바, 현대건설은 1997년부터 인천공항철도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 왔는데 1998년 IMF가 발생하여 사업추진에 필요한 외부자금 차입이 불가능한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벡텔사에서 현대건설 측에 제안하기를 벡텔이 사업관리용역을 맡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얻게 되고 자기들이 지원하면 외부자금 차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여 1억 6500만 달러라는 거대한 금액으로 계약을 하였다는 것이다.

 

필자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2001년에는 국내 자금사정도 호전되어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자금조달면에서 벡텔의 역할도 필요 없게 되었다. 필자 사장 취임 전에 벡텔측에 감액계약 변경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벡텔측은 자기들의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의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몇 단계의 단계적 전략을 구사해 계약 금액을 당초 1억 6500만 달러에서 약 1/4수준인 3980만 달러로 감액계약 변경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최악의 경우 중도계약파기도 염두에 두고, 국제상사중재원의 중도계약파기 판례를 조사하여 원용 가능한 2개의 사례를 찾아내고 우리 측의 판례수집행위와 계약파기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정보를 벡텔측에 흘렸다. 또 국내건설전문지에 협조를 요청, 신문 1면을 완전히 할애하여 계약이 매우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만약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관계자들은 매국노로 지탄받아야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벡텔 지원 하의 외부자금차입이 필요 없게 되었고, 한국은 이미 고속철도를 운영 중이고 수많은 지하철 건설 경험이 축적되었는데 높은 단가의 외국기술자들을 대거 투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이같은 신문 1면을 벡텔 본사에 전달, 한국 내에서의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알리고 따라서 양측이 원만히 타협하지 못하면 중도계약파기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을 가했다.

 

당시 건설산업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복남 실장은 과거 경부고속철도건설사업에서 벡텔사와, 인천공항건설사업에서 파슨스사와 같이 일한 경험이 있어 외국 용역사들의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외국 용역사에 지급하는 용역비가 과다함을 비분강개하여 논문을 쓴 적이 있고 필자도 이를 읽어 봤기 때문에 그를 협상적임자로 판단하고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당사자도 국익을 위하여 협상책임자를 맡아주었다. 필자는 협상책임자에게 협상한도금액을 4000만 달러 이하로 지시하였고 벡텔본사로부터 내한한 7~8명의 협상전문가들과 협상한 결과 3980만 달러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상에서 소개한 사례는 국가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보기에는 사소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최근 나이든 세대들을 부정하는듯한 세태를 보면서, 나이든 세대들이 각기 맡은 분야에서 이룬 작은 성과들이 쌓여서 오늘날의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또한 지금 생각해 봐도 미소가 떠오르는 즐거운 회상이어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한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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