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아우성이다. 우리나라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 올라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은 더욱 심각하다.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9.1% 상승해 1981년 2차 오일쇼크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금리상승을 가져오기에 대다수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건설분야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작년 한해 건설자재 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27.3%였다. 올해에도 5월까지 벌써 6.8%가 올라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 한해 15%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작년까지만 해도 원자재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 자재 위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물가 동조현상으로 수급과 상관없이 전 방위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우려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자재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 노임은 물론 장비 임대료까지 상승하고 있다. 생산요소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중소 전문건설업체가 겪고 있을 고통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건설자재 가격을 필두로 한 건설 인플레이션은 결국 시장 전반은 물론 개별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당장 예상되는 대표적 부작용 3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건설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건설경기 악화를 초래한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5.5% 줄어들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당초 한국은행은 물론 대다수의 기관들은 올해 건설경기 회복세를 예상했다. 2019년부터 건설수주 물량이 적지 않았고, 주거용은 물론 비주거용까지 건축허가면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기에 올해 건설경기는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년 이상 지속된 자재가격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시장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올해 5월까지 건축허가는 18.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착공은 오히려 작년보다 23.8%가 줄어들었다. 예상보다 강한 건설공사비 급등으로 많은 현장에서 투자 지연과 공사연기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건설현장 참여자 간 갈등이 눈에 띠게 증가했다. 발주자와 건설업자,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공사비 증액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서 전국 곳곳의 현장이 멈춰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계약이 낮은 단가로 계약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실제로 공사가 진행될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위해 단체행동까지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단계의 도급구조로 되어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마땅한 해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향후 발주자와 건설업자,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전문건설과 자재, 장비업자 간 공사비 관련 소송과 분쟁이 크게 증가해 유무형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건설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가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수기반 수주 산업이 절대다수인 건설업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직접 시공의 주체인 전문건설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외감기업 중 종합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은 6.7%, 전문건설업은 3.8%인데, 최근 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상당수의 기업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건설업 내 한계기업과 부실기업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상당수의 건설업체는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건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고정비용의 감당이 어려워져 체력이 약한 기업부터 하나 둘씩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적어도 올 한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재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긴요하다. 여기에 중소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장 버틸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건설시장의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건설시장 참여자간 고통 분담은 물론 지혜를 모아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