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지난해 국내건설수주가 200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펜데믹 장기화와 건설자재 대란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혼란스러웠던 건설업계가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이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규제 중심의 부동산정책, 공사비산정기준 비현실화 등 난제에다 건설시장이 생산체계개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상태다. 법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관리범위를 벗어나 도저히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고 있다. 50인 이상 기업에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1년 이상 징역의 하한형’ 형벌을 ‘상한형’으로 바꿀 것을 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거의가 과실인데, 고의범과 동일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처벌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절박한 목소리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안전사고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적정공사비, 적정공사기간 같은 것들을 손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처벌법이 강해도 뜻을 이룰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 안전을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여기에 지난해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이 상호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시장을 개방한 생산체계개편으로 인해 전문건설은 종합건설에 비해 더 심란하다. 막상 생산체계개편 뚜껑을 열고 보니 종합과 전문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라는 불공정한 제도라며 전문건설업계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건설이 종합건설시장에 진출하려면 다수의 전문공사업종 등 상대등록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1~2개 전문 업종면허만을 보유한 약 90%정도의 전문건설업체들은 진입장벽이 높아 종합공사 참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반대로 종합건설은 전문건설에 비해 등록기준이 높아 전문공사에 제한 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시장 상황이다. 실제로 종합공사를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한 건수보다, 전문공사를 종합건설업체가 가져간 건수는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수행하던 전문공사마저 종합건설업체가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전문건설업계의 절규에 이해가 간다.
지난해 말 국토부가 종합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전문공사를 도급금액의 80%이상을 직접시공 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하도급을 준 46개 현장을 적발했다. 이는 종합건설사들이 전문공사를 수주해 이문(利文)만 챙기고 전문건설사에 하도급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건설업계의 ‘업역 폐지’는 무효라는 외침에 설득력이 있다.
종합·전문이 상호경쟁을 없애고 공생발전 할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해 업역을 폐지했다면 종합과 전문의 게임은 공정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자 진리다. 게임이 공정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쳤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바라는 품질·안전·발전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업역 폐지’는 중대재해처벌과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