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용서하지 마세요’
[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전 코오롱그룹 중역출신인 박재현 씨가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쓴 여행에세이 ‘삶이 흔들릴 때,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나를 용서하지 마세요’ 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책을 통해 “누구나 잠시 멈춰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고 말했다.
푸른 하늘에 제트기가 비행운 궤적을 남기듯 사람의 삶도 무한 우주의 공간 어딘가에 비행운과 같은 삶의 궤적을 남긴다. 무한 시간 속에서는 그 궤적도 비행운의 소멸처럼 눈 깜짝할 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온 흔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궤적의 존재조차 모르고 산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사라지기 전의 삶의 궤적을 따라 800킬로미터 이어져 있었다. 살면서 한 달 동안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을까?
누구나 잠시 멈춰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 이어져 있는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궤적을 찾아가는 저자의 독백은 진지하면서 재미있다.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 보이’의 대사처럼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걸음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질문이 없었던 세월은 공허했고, 바른 질문이 없었던 삶은 정답으로 왜곡되었다.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매일 질문을 만들어내고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지나온 세월에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이 있었던 지를 찾는다. 우리는 여전히 질문이 없는 삶을 살고 있거나 틀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지는 않는가?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겪은 일을 통해서 저자는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 보고 삶의 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여행을 하듯 재미있게 읽으면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방향이 내가 의도한 방향과 맞는지를 자문하게 만든다. 카미노에서 수많은 노란색 화살표가 길의 이정표가 되어주듯 우리 삶의 길잡이 화살표 하나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