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진단/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편집부
  • 등록 2024-03-13 20:49:58

기사수정
  • “건설 신기술 지정제도 ‘손질’…기술 활용의 문턱 낮춰야”

  • 공인 스마트 기술 인정 기준 매우 높아
  • 지정 시간 길게 1년…오히려 시기 놓쳐
  • 자유롭게 등록 활용…오픈 플랫폼 필요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속한 기술 발전과 더불어 건설기술들이 융합된 스마트 건설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을 권고하거나 의무화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건설기술은 전통적인 기술과는 달리 건설사업 전 단계에 걸쳐 적용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기존의 건설 제도에서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2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까지 지정된 총 979건의 건설기술 중 2023년에 지정된 스마트 건설기술 7건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총 16건의 스마트 건설 신기술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공인된 스마트 건설기술이 총 16개라고 하니 업계를 대표하는 스마트 건설기술로는 미미한 숫자라는 생각이 든다.


건설 신기술 제도는 1989년에 민간의 신기술 개발 의욕을 고취 시켜 국내 건설기술과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아울러 국내 최초 개발이나 개량 기술에 대해 2단계 심사를 통해 신규성, 진보성, 현장 적용성 등을 평가하여 신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건설 신기술 지정 시에는 건설기술진흥법에 의거해 보호기간 지정 및 기술 사용료 징수 등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수의계약 및 일반경쟁 입찰 시 기술 사용협약 체결, PQ평가 시 우대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스마트 건설기술은 우리나라의 건설업계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을 건설 신기술 지정제도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공인된 스마트 건설기술로 인정받기 위한 평가 기준이 매우 높다. 현행 건설 신기술 제도는 2단계의 심사와 현장 조사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1차 심사에서는 신규성, 진보성 등을 평가하고 현장실사 후 2차 심사에서 현장 우수성, 경제성, 보급성 등을 평가한다. 현 제도의 높은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자들은 신기술 출시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더 많이 소모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점들은 추후 스마트 건설기술 비용에 반영되어 기술 활용의 저해 요인이 된다. 또한 건설 신기술 제도의 심사 절차는 2단계 심사와 현장 조사 과정을 통해 신기술을 지정하고 있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기간을 소요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긴 건설 신기술 지정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정작 활용 시기를 놓쳐 스마트 건설기술이 결국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설기술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소수의 스마트 건설기술을 발굴하기보다는 건설 신기술 지정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급변하는 스마트 건설기술 시장에서 패스트트랙을 활용한 빠른 현장 활용과 피드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다수의 스마트 건설기술을 수정 및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둘째, 소수의 스마트 건설기술에 장기간의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스마트 건설기술은 존속기간이 8년이며, 활용 실적에 따라 3년에서 7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년 빠르게 발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하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친 보호기간은 오히려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즉 이러한 기술들은 최소 8년 최대 15년에 걸친 보호기간 동안 이미 업계에서 기술 활용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입찰 시 입찰 가점을 부여받고 있는 건설 신기술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 소수의 스마트 건설기술 보유자들은 독점적 지위로부터 파생된 법적 보호와 경제적 대가를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자들이나, 신규 진입자들과 공유하기를 불편해하고 있다. 


이는 신규 진입자들의 진입과 기술 활용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수의 스마트 건설기술 보유자들만의 리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트랙과는 별개로 다수의 스마트 건설기술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활용하여 시장의 반응을 반영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존의 우리나라 건설 신기술 제도는 뛰어난 신기술을 우대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부여하기 위해 폐쇄형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자에게 기술개발에 대한 보상을 부여한다는 의미에는 부합하지만, 스마트 기술에 대한 업계 활성화 측면에서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높은 진입장벽, 복잡하고 긴 검증 절차, 장기간의 배타적 권리 부여 등으로 인해 소수의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자는 높은 보상을 장기간에 걸쳐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공인된 스마트 건설기술 외에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스마트 건설기술들이 시장에서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장돼 버릴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기존의 폐쇄형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유경열 대기자의 쓴소리단소리
 초대석/이사람더보기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전문건설, 계약액 증가하나…지속 가능 여부 불확실”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간은 침체, 공공은 양호할 전망인 가운데 전문건설업은 조기 집행으로 계약액은 증가할 수 있으나, 지속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발간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2024년 1분기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
  2. 초대석 / 김종서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 지난해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이 창립 이래 역대 최대 3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2022년 당기순이익 282억 원보다 무려 15.1% 증가한 수치다. 또 좌당 3만 3030원(1좌당 109만 2000원)의 지분가 상승으로 조합원에 수익 환원시켰다. 부동산 PF 위기·공사원가 급등·고금리 등 건설경기 ...
  3.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공직 자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현장 행정’에 건설업계가 지지와 함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 장관은 힘들어하는 건설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듣고, 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을 확인하기 위해 건설단체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미분양 적체·공사원가 급등·고금리 ...
  4. 동우씨엠그룹, 임직원 승진 인사 단행 종합 주거서비스그룹 동우씨엠(대표이사 회장 조만현·사진)은 2024년 상반기 관계 계열사 임직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승진 ▷개발사업부문장 사장 이정주 ▷주거서비스1부문장 사장 최영호 ▷주거CS총괄본부장 전무이사 기용희 ▷사업주거서비스총괄본부장 전무이사 김광용 ▷C&S사업2본부 이사대우 김경원 ▷사업본부 이사대우 ..
  5. 공정위, 특판가구 담합 적발…31개사 총 931억 과징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이 약 10년간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하는 싱크대, 붙박이장 등 빌트인 특판 가구 구매 입찰을 담합 해오다 공정위에 적발됐다.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24개 건설사 발주 특판 가구 입찰서 투...
한국도로공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