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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공정·원가·품질…경부고속道 3대 지상과제
  • 편집부
  • 등록 2024-02-17 00:46:39
  • 수정 2024-02-17 00: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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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음과 땀과 눈물 ‘경부고속도로’②-최광규


절차에 따라 우선 천안공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김성남 과장의 심사를 받게 되었다. 김 과장은 당시 유행하던 수동식 타이거 계산기를 돌려가면서 밤늦게까지 수량산출서와 구조계산서 및 단가산출서 등을 열심히 체크했고, 틀린 것은 족집게처럼 찾아냈다. 


그리고 복잡한 내역서를 주판으로 덧셈과 뺄셈을 하는데 손가락 하나로 어찌나 빠르게 계산을 잘 하는지 혀를 찰 정도였다. 그러면서 “요즈음 대학 나온 놈들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꾸중을 하면서 신출내기들을 혼내던 기억이 새롭다. 거의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여 구조물공사의 설계 변경을 모두 끝냈고, 토공 등 하부공사 작업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그 당시 필자는 목천면 신계리의 현장사무소 근처에 셋방을 얻어 서울에 혼자 남아 있던 아내를 데리고 와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신혼살림이라야 반상기 한 벌, 솥단지 하나, 세숫대야 하나, 이불 한 채가 전부였다. 그래서 지프 한 대면 충분히 이사를 할 수가 있어서 그 점은 매우 편리했다. 같이 근무하던 박준규 기사보는 그 당시 약혼 중이었고, 우리 옆집에서 자취방을 하나 얻어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필자와 아내가 마주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출근하다 낮게 쌓은 담장 너머로 쳐다보고는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로 “최 기사, 뭐해? 빨리 나와!”하고는 소리쳤다. 지금도 필자를 만나면 “성환댁 잘 있느냐?”고 묻고 하는데, 그것은 우리 처갓집이 성환이기 때문이었다. 


토공 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포장 작업을 시작하는 5월초, 본부사무소에서 토공을 담당하던 감독들은 포장감독으로 다시 배치되었다. 그리고 일부 감독들은 다른 공구로 지원을 보냈다. 그때 필자는 평택에 현장사무실이 있던 오산~천안간의 기층 담당 보조감독으로 배치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산에서 천안IC까지 39km의 연장을 4개월 동안에 포장을 모두 완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했다. 그때 경부고속도로의 포장 두께는 지금의 포장단면 기준에 비하면 형편없이 얇았다. 


요즈음의 선택층 30~40cm, 보조기층 30cm, 아스팔트기층 20cm, 표층 5cm 등 총 85~95cm보다는 소요 공기가 약간 적게 소요된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 당시의 장비나 기술력 등을 볼 때 매우 벅찬 공사량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야간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포장감독들이 매일 실시해야 할 업무내용은 지금까지 시공된 토공을 마무리 작업한 뒤, 보조기층재를 반입하여 최종다짐 후 두께가 20cm가 되도록 그레이더로 포설한 후 물을 주면서 다짐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 들밀도 시험을 실시하여 합격 여부를 최종 판단했다. 그 후 그 위에 15cm 두께가 되도록 다시 혼합골재를 반입하여 포설한 뒤 살수를 하면서 다짐 밀도가 표준다짐의 95%가 되도록 다졌다. 


그런 다음 최종검측 시 3m 직정기로 제어 차이가 0.5cm 이하가 되도록 평탄하게 한 다음, 프라임코팅을 실시했다. 그 뒤 48시간 양생을 한 후에야 아스팔트중간층 5cm를 다시 깔도록 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관리하면서 공기는 공기대로 맞추라고 독려해야 했으니 사실상 두 가지 목표를 다 달성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목표는 ‘공정관리, 원가관리, 품질관리’ 중 한쪽 만을 강조하다 보면 한쪽은 잘 관리가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3마리 토끼를 다 쫓아야 했다. 시공회사의 소장들이나 기사들도 공정 문제로 자주 싸웠는데 시공회사도 아닌 감독관들끼리 공정 부진 문제로 서로들 멱살잡이를 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가슴 저리는 기억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현장에서 멀지 않은 원곡 시내에 아내랑 방을 하나 새로 얻어 아내를 이사시켰다. 그러나 수시로 야간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내 혼자서 잠을 잘 때가 많았다. 그래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아내는 현장 식당의 음식이 좋지 않다고 투덜대던 감독 여섯 명의 식사를 입맛에 맞도록 매일같이 밥을 해주어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감독들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식대를 조금씩 걷어서 주곤 했다. 지금도 그 시절 감독들을 만나면 아내가 해주던 음식이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해 5월 오산IC부터 포장을 시작한 우리는 한 여름인 7월말 경에는 안성IC까지 포장을 완료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은 현장 바로 옆에 있는 원두막에서 참외를 깎아 먹으면서 피로를 달래기도 했다. 


현장소장은 열심히 하려 했지만, 공정이 바빠지면서 부실공사도 많아졌다. 당시에는 레미콘이 아직 없을 때라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려면 수동식 믹서에 자갈, 모래, 시멘트를 섞은 후 물을 넣어 비벼야 했다. 그런데 작업 팀들은 공기에 쫓기다 보니 규정대로 비벼 내지를 않고 물을 많이 넣어 일을 쉽게 하려고 했다. 감독들은 보다 못해 믹서의 키를 뽑아가지고 작업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작업반장이랑 일꾼들은 자신들의 하루 일당이 날아간다고 화를 내면서 콘크리트를 비비던 삽을 들고 감독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었다. 그러면 사무실에 있던 우리 젊은 감독들이 쫓아가서 막아주곤 하는 일이 종종 생겼다. 우스운 얘기지만 공정 추진을 위한 감독관 회의 때 “권총을 차고 감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도 나오게 되었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는 전투적이었던 것이다. 


또 이런 사고도 있었다. 비상활주로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를 할 때다. 넓고 넓은 비상활주로는 작업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정말 지겨운 구간이었다. 당시의 견인식 진동 롤러는 진동을 끄고 다시 켜는 것을 꼭 트랙터에서 내려야만 가능했다. 자정 무렵 잠이 오는 상태에서 기사가 진동 롤러를 켜려고 내려왔다가 다시 트랙터로 올라가던 중 졸음에 취해 있던 운전기사는 그만 발을 헛디뎌서 깔려 죽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무리한 공기에 쫓겨 야간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 생긴 사고였다. 


필자는 원곡에서 다시 현장이 가까운 입장으로 이사 했다. 아내는 그때 첫 애를 막 임신하여 입덧이 심했다. 그렇지만 아내를 데리고 다니면서 먹고 싶다는 것을 사줄 형편도 못되었다. 현장 생활을 잘 알고 있던 아내에게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해 줄 수가 없었다. 그때는 밤에 늦지 않게 퇴근이나 하면 더 좋은 선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충을 아는 아내는 새벽에 출근할 때 아스팔트 묻은 군화를 닦아주면서 “오늘은 언제쯤 들어오느냐?”고 묻는 것이 고작 투정 어린 인사말이었다. 그렇게도 힘들었던 많은 공사량이지만 그해 9월 20일 드디어 오산에서 천안IC까지 39km를 예정대로 완공했다. 입장 비상활주로에서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F-86 시험 비행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런 뒤에는 대통령의 시주식도 모두 끝났다. 


천안공구의 포장공사가 완공되자 10월 초 경부고속도로 본부사무소에서는 대기 중이던 감독들을 공정이 뒤처져 있는 일부 공사 사무소로 지원 배치했다. 그래서 필자는 멀리 언양사무소로 내려가게 되었다. 당시 아내는 만삭이었는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려 보내고 동료 몇몇과 밤늦게 기차를 타고 대구를 거쳐 경주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해 12월말까지 포장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공정이 무척 바쁜 편이었다. 하루가 지난 후 필자는 언양 공구사무소로부터 화일산업에서 시공하고 있던 양산~부산간 소공구로 배치를 받았고, 현장사무소가 있는 양산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갔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포장공사 감독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들 밖에 없었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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