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사의 중재법 준비가 미흡한 이유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 비용 부담, 전문인력 부족으로 파악됐다.
[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2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그러나 아직도 전문건설사 96.8%가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김희수)은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윤학수)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 대응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 확보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재법이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문건설사들은 아직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재법 대응을 위해 안전 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한 기업은 3.6%에 그친 반면 응답 기업 96.8%가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재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문건설사의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 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영세한 전문건설사는 자본력과 인력의 한계 등에 부딪혀 무엇을,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건설사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51.5%)하거나 3년 유예(26.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사망자 2명 이상으로 중대재해 요건 완화(51.2%), 안전보건 의무 축소(34.4%) 등의 법률 개정이 있어야 법 준수를 통한 재해예방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안전보건 전담 조직 구성 및 운영(32.3%)’ ‘재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조치(24.8%)’ ‘안전보건 예산 편성 및 집행(12.4%)’ 등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영세한 기업의 실정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희수 건설정책연구원장은 “중재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고 외부의 단기 지원만으로 전문건설사가 의무이행을 하는데 어려우므로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영세 기업 실정에 맞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